매달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면, 빈 화면 앞에서 “이번엔 뭘 해야 하지”부터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AI를 활용하면 기획서 초안을 몇 분 안에 뽑아낼 수 있는데, 어떻게 요청하고 어떻게 다듬어야 실제로 쓸 만한 결과물이 나오는지 워크플로우로 정리했습니다.

왜 AI 초안이 유용한가
프로그램 기획서는 매번 비슷한 틀(목적, 대상, 준비물, 진행순서, 기대효과, 주의사항)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틀 자체를 처음부터 채우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AI에게 주제만 던져주면 이 틀을 순식간에 채운 초안이 나옵니다. 다만 AI가 만든 초안은 일반적인 정보 위주라, 실제 우리 기관 어르신들의 특성에 맞게 다듬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글은 그 초안 잡기와 다듬기 두 단계를 모두 다룹니다.

1단계: 초안 요청하기
예시로 보는 요청과 결과
요청 프롬프트
“주간보호센터에서 진행할 가을 회상요법 프로그램 기획서를 만들어줘. 대상은 4~5등급 경증 인지저하 어르신 8명, 진행 시간은 40분이야. 목적, 준비물, 진행순서(시간대별로), 기대효과, 진행 시 주의사항을 포함해서 작성해줘.”
AI 초안 결과 (예시)
프로그램명: 가을 단풍놀이 회상요법 목적: 가을과 관련된 감각 자극(색, 냄새, 촉감)을 통해 과거 기억을 회상하고, 그룹 안에서 언어적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대상: 4~5등급 경증 인지저하 어르신 8명 소요시간: 40분
준비물: 단풍잎(생화 또는 조화), 은행잎, 가을 사진 자료, 도토리·밤 등 가을 열매, 색종이, 풀
진행순서
- 0~5분: 인사 및 오늘 날짜·계절 확인
- 5~15분: 단풍잎·은행잎을 만져보고 색과 촉감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 15~25분: “어릴 적 가을에 뭘 하셨나요?” 질문으로 회상 유도
- 25~35분: 단풍잎 붙이기 공예 활동
- 35~40분: 마무리 인사 및 소감 나누기
기대효과: 감각 자극을 통한 회상 촉진, 그룹 내 언어적 상호작용 증가, 소근육 활동을 통한 신체 기능 유지
주의사항: 열매나 작은 소품은 삼킴 위험이 있으니 주의 깊게 관찰
이 정도만 해도 얼추 형태를 갖춘 기획서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대로 바로 쓰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2단계: 다듬기 — AI 초안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실제 인원의 특성이 반영됐는지 확인하세요
AI는 “4~5등급, 경증 인지저하”라는 조건은 반영했지만, 실제 우리 어르신들 중 누가 시력이 안 좋은지, 누가 손 움직임이 불편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위 예시의 “단풍잎 붙이기 공예” 단계가 손 떨림이 있는 어르신에게 어려울 수 있다면, 이 부분만 콕 집어 다시 요청하면 됩니다.
“위 프로그램에서 공예 활동(단풍잎 붙이기) 단계를, 손 움직임이 불편한 어르신도 참여하기 쉽게 대안으로 바꿔줘.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해줘.”
안전 관련 문구는 반드시 검증하세요
AI가 “삼킴 위험 주의”처럼 일반적인 주의사항을 달아주긴 하지만, 이게 우리 기관 어르신들에게 실제로 해당하는 위험을 다 짚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연하곤란이 있는 어르신이 있다면 열매류 대신 안전한 대체 재료로 바꾸는 등, 안전 관련 부분은 AI 문구를 그대로 믿지 말고 담당자가 직접 검토해야 합니다.
소요시간과 준비물의 현실성을 점검하세요
AI가 제시한 시간 배분(예: 공예 10분)이 실제로 우리 어르신들 속도에 맞는지, 준비물이 실제 구할 수 있는 것들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계절 재료(생화 단풍잎 등)는 시기가 맞지 않으면 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대체 가능한 재료를 함께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생화 단풍잎을 구하기 어려운 시기인데, 비슷한 감각 자극 효과를 줄 수 있는 대체 재료를 3가지 추천해줘.”

3단계: 여러 회차를 시리즈로 만들 때
한 번 마음에 드는 형식이 나오면, 그 형식을 유지한 채 여러 회차를 한 번에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형식으로, 가을 회상요법 프로그램을 4회차 시리즈로 만들어줘. 1회차는 단풍, 2회차는 추석·명절, 3회차는 가을 음식(밤·고구마), 4회차는 가을 나들이 회상으로 주제를 나눠줘. 형식은 동일하게 유지해줘.”
이렇게 하면 한 달 프로그램표를 한 번에 뼈대만 잡아둘 수 있어, 이후 각 회차를 다듬는 데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워크플로우 요약
- 주제·대상·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정해서 초안 요청
- 나온 초안에서 실제 인원 특성에 안 맞는 부분을 짚어 재요청
- 안전 관련 문구는 AI 문구를 그대로 믿지 말고 담당자가 직접 검토
- 준비물의 현실적인 구매·조달 가능성 확인
- 마음에 드는 형식이 잡히면 같은 틀로 여러 회차 시리즈 요청
AI는 “빈 화면에서 시작하는 부담”을 없애주는 데는 확실히 유용하지만, 우리 기관 어르신들의 실제 특성과 안전 문제까지 대신 판단해주지는 않습니다. 초안은 AI에게 맡기고, 다듬는 마지막 단계는 반드시 담당자의 눈으로 한 번 더 거치는 것, 이게 이 워크플로우의 핵심입니다.
답글 남기기